불화 문양으로 풀어내는 한국 미술사
지은이는 이 책에서 한국의 불화가 문양의 보고(寶庫)이며, 문양이 불교미술 연구의 기초 자료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불화는 단순히 종교화가 아니라 우리미술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며, 그림에 담겨 있는 수많은 문양 하나하나가 바로 불법(佛法)을 가장 잘 함축하도록 상징화 과정을 거쳐 전개된 불교의 진리이자 예술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역사의 흐름에 따라 화사(?師)별, 지역별로 문양의 유형을 나누고 문양 양식과 형태 변화를 고찰한다. 불교가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에 이르러서는 국교(國敎)로써 크게 진흥하기에 이 시기에는 정교하고도 우아하며 화려한 귀족적 문양을 엿볼 수 있다. 이 양식은 조선시대로 계승되면서 전통적인 미(美)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독특하고 다양하게 발전한다. 결국 불화 문양 연구는 한국 미술사의 큰 줄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한국의 불화 문양, 불교 미술 연구의 토대가 되다
지은이는 근 30여 년 가까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고분벽화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불화를 조사하면서 문양 자료를 수집하였다. 불화를 조성(造成)시기와 주존불상의 형태로 분류하고, 그림에 나타나는 무늬를 상징물과 그려진 위치, 등장 빈도에 따라 정리하였다. 더욱이 불화 문양을 연구자료로서 체계화하면서 불화 전체 도판과 직접 촬영한 부분그림, 도안으로 그려 낸 문양을 함께 제시하였다. 도안화된 문양에서는 창작 불화를 그려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고 1백여 회 이상의 단체전에도 참가하며 불교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되지 않는 불화 작가인 지은이의 섬세한 필치도 엿보인다. 실제 문양과 그 도안을 비교하면서 불화를 엄숙하게 장식하는[莊嚴] 색과 기법도 설명하여, 문양을 바탕으로 하는 불화 연구가 가능하도록 기초를 다져 놓았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는 소박하거나 화려한 불화의 분위기를 가시적으로 구체화하는 데 문양 구사가 핵심 요소임을 짚어 냈다.
온 누리에 아로새길 한국 문양의 아름다움
배불책(排佛策)·척불책(斥佛策)을 펼친 조선시대에도 불사(佛事)는 왕실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면서 조선 후반기의 화승들은 무려 1920년대까지 활동하였다. 이들이 남긴 불화의 아름다움과 문양의 의미는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한국 불화, 특히 고려시대 불화는 대부분 해외에 소장되어 있다. 따라서 불화미(佛?美)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늬’를 집중 조명한 이 책의 의의와 가치는 실로 크다. 이 책이 선보이는 한국 불화 문양의 아름다움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디자인계까지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지은이가 이 책을 시작으로 불교회화·조각 등 한국 불교미술의 문양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할 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양사를 새로 쓰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