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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좌 적명-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 유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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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상품명 수좌 적명-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 유고집
정가 14,000원
판매가 12,600원
저자/출판사 적명/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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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수 232
발행일 2020-02-10
ISBN 9788974797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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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영원한 수좌’, 봉암사 적명 스님의 첫 책이자 유고집

출가 60여 년 동안 선禪 수행에 몰두하며 오직 수좌로서 살다, 지난해 말 입적한 적명寂明 스님. 생전에 어떤 자리와 권위도 마다한 스님은 언론 인터뷰를 수락한 일이 거의 없었고, 일반 대중을 위한 법석法席에도 잘 앉지 않았다. 남겨 놓은 저서도 없다. 오직 자신의 행行으로서만 보일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스님의 일기와 법문 몇 편이 남아 스님의 치열한 구도 여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스님의 일기 몇 편과 짧은 법문을 묶은 이 책은 스님의 삶과 수행의 뜻을 조금이나마 간직하고픈 염원이 모여 간행된 적명 스님의 ‘첫 책’이자 ‘유고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족도 달 수 없을 만큼 간결한 문장마다 서려 있는 스님의 치열한 삶. 그것은 거울이 되어, 한 개인을 넘어 시대를 이끌며 세상을 비출 것이다.

 



저자소개

적명

寂明(1939~2019). 제주에서 태어나다. 세수 81세, 법랍은 60세. 활구참선活句參禪에 매진한 반백 년 넘는 세월에 늘 청빈한 모습으로 후학에게 수행자의 본분을 보였다. 불이不二에 대한 수행은 만 갈래 청산에 오롯이 배었고, 옷자락을 들춰 펴낸 자비심은 뭇 수행자와 불자들을 고루 안았다. 화두話頭의 불꽃이 숯불처럼 뜨거웠던 큰스님의 가슴속엔 그지없이 평온한 반야경般若經이 환히 빛났다.

 



목차

서문(무비 스님)
1장 청산은 말없이 높고 호수의 물은 홀로 깊네 - 적명 스님 일기
가을 상념 | 부동의 도량 | 진실의 참구 | 고개 돌림이 없게 하소서 | 대력보살 | 일 | 사표 지효 스님 | 실상과 미망 |
이번에 해결하라 | 수행자와 선행 | 방심에 대한 참회 | 수행자와 가난 | 독선 | 한길 | 다짐 | 수행자의 고뇌 | 선물 |
부처의 세계를 여옵소서 | 욕망과 청량 | 입방의 각오 | 장애와 공부 | 도반 | 구속으로부터 구해 놓기를 | 재색의 화 |
안주 | 구도심 | 수행자의 사랑 | 속지 않기 | 현재 하는 공부 | 존재, 변화 | 지리산 | 욕망의 인정 | 쾌락에 대한 사혜 |
정진의 기쁨 | 자기 성찰 | 자신에 대한 이해 | 나의 바람 | 쉰하나 | 용기 | 맹리 | 파도 같은 정진 | 화두, 절망, 화두 |
의정 | 비로굴을 떠나다 | 상과 정 | 앞으로 가라 | 지혜의 검을 갈라 | 육십의 결사 | 간절함의 반성 | 생사고 | 환갑 |
공부 속도 | 공부의 기복 | 의식의 그림책 | 선지식의 공부거리 | 적멸에 안주할 때 | 화두의 단속 | 천 개의 칼, 만 장의 얼음 |
점입정절 | 사제의 죽음 | 실참실오 | 티끌 속에 나를 던지지 말라 | 이미 님을 향해 떠났는데 | 욕망을 경계하라 |
늘 거니는 마당에 풀이 자라지 않아야 하나니 | 화단의 꽃 | 무심의 재를 넘어 | 무상 무념 | 수행의 끝없음이여 | 석양의 나그네

2장 티끌 속에 나를 던지지 말라 - 적명 스님 법문
선정과 지혜의 계발 | 번뇌의 처리 | 수행의 가치 | 발심 | 간절함 | 자기 절제 | 대중과 토굴 | 친소 | 보원행 |
깨달음과 감동 | 나를 위한 중생 구제 | 수행은 기쁨 | 화두 드는 법 | 공부 안될 때가 잘될 때 | 불이 | 중도 | 반야심경

3장 사멸 그 너머에 미소 띤 님 기다리네 - 인터뷰 ㆍ 추모의 글
비로토굴 적명 스님(이윤수) | 적명 스님과의 밤샘 토론(법인 스님)

적명 스님 행장(연관 스님)




책속으로

이 세상에 최선, 제일의 선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 믿음 때문에 독선이 되기 쉽다. 제일의 선은 유일의 선, 절대의 선에 연결이 되어 곧잘 여타의 선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다른 것을 인정치 않으려는 마음, 그것은 아집이며 독선이다. _ 35쪽

세상의 모든 것, 모든 존재, 모든 가치, 잡다한 일상의 모든 활동에 이르기까지 일체는 내게 벽이다. 알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큰 벽이다. 모두에 막힌다.
허나 나는 나의 방법으로 뚫어 보기로 작정했다.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다. 헛수고일지 모른다. 그래도 좋다. _ 40~41쪽

명리의 마음은 왜 일어날까?
그 부실함을, 그 허망함을 꿰뚫어 보지 못함 탓이다. _ 45쪽

고요함 속에 안주하고 순수한 정열을 타고 참구해 들어가는 것, 그것이 나의 유일한 길이다. 내가 아는 소로小路 말이다. _ 47쪽

그대들에게 줄 것이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진정한 평화, 넘치는 사랑의 기쁨, 훤칠한 해탈의 자재로움만이 바로 그것 아니던가!
스스로 평화를 성취하고 평화를 말하는 몸짓으로 평화의 말, 평화의 미소로써 그대 위해 길이 평화의 길을 설하리라.
그날에, 안정을 성취한 날에 오로지 하나임을 보는 날에 말이다. _ 48쪽

변화 없는 삶, 물결치지 않는 평탄함이란 우리의 생활상에는 애초에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공부에 장애 없음이란 그 자체가 망상이며 불가능인 것이다. _ 57쪽

자신을 탐욕과 욕정에서 지키는 유일한 길은 오로지 도량에 안주安住케 하는 그 길뿐이다.
몸이 우선 안주하고 뒤따라 마음이 안주케 하는 것이다. _ 65쪽

자신을 천박케 하는 온갖 번뇌, 부질없는 지금의 이 욕망들이여! 어떻게 이를 벗어날 것인가?
벗어나려 함이 또한 이 욕망이어니 자못 조용히 이 일만을 생각하고 이 일만을 위한 생활을 가지라.
일체 구질구질함을 진정 역겨워할 줄 알라…. 진정. _ 67쪽

황야를 지나 늦도록 집 없이 헤매기만 하는 나그네.
그때 가서 스스로 머리를 쥐어뜯어도 늦으리. 늦으리라. _ 81쪽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조용히 자신을 지켜보는 동안에 자신의 여러 모습을 보게 되고, 새삼 놀라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며, 깊은 연민을 느끼게도 된다.
때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만큼 지켜보기에 역겨운 추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오히려 자신과의 대화는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_ 87쪽

요즈음 내게 있어 가장 가치 있는 덕목은 다름 아닌 용기다.
용기 있는 마음만이 새롭게 자신을 정비하며, 새롭게 도전하며, 그리고 계속 도전함을 쉬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계속되는 도전. 그것이 수좌의 삶이다. _ 91쪽

참선할 때 자주 번뇌가 일어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마당을 깨끗이 쓸어 놨거나 잘 닦아진 곳에는 풀잎 하나만 떨어져 있어도 눈에 잘 띄거든요. 본래 참선을 하지 않았을 때는 자기한테 망상이 그렇게 많은 줄 몰라요. 참선을 하려고 하고 망상하지 않으려고 할 때, 그때는 더욱 끝도 없이 나오는 것이 망상이거든요.
망상이 많다는 것을 느끼는 자체가 마음이 청정한 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공부하려 하고 청정을 지향하며 망상 없는 것을 목표하기에 망상이 보이는 것입니다. _ 148쪽

현실에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내가 다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삶이라면 거부할 수 없다. 끝까지 내가 돌보고 책임지겠다.’라고 당당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면 끝까지 매진할 수 있게 됩니다. 현실적인 삶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고, 이 길이 곧 해탈에 이르는 길입니다. _ 156쪽

어릴 때는 화두 타파하고 깨달으면 조사와 부처가 되니 그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깨달음도 물론 중요하지만 진정한 선지식이라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가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그 짧은 시간에 거대한 교단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도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믿음이란 감동을 하지 않고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저건 맞는 말이야.’ 하는 정도로는 행行을 유발시키지를 못합니다. _ 157쪽

이 길은 고행의 길이 아닙니다. 후학들에게 수행의 길은 설사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그 삶 자체가 기쁨의 상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처님이 고행을 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진정한 삼매, 선정에 들면 고苦가 없습니다. 희열뿐입니다. _ 162쪽

죽을 때까지 공부하다 죽는 것만 해도 좋잖아요? 공부가 뭔지 모르고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해 보려고 하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디예요. 그러니까 ‘내가 딴생각 안 하고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다. 내가 정말 훌륭한 거다.’라고 스스로 법문하세요. _ 170쪽

공부가 ‘안된다, 안된다.’ 할 때, 이때가 실은 잘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처음 공부 지어 가는 이들한테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잘못되면 바로 공부의 길을 포기하게 되니까요. _ 172쪽

수행의 최종 목적은 일체 중생과 털끝만큼의 차이도 없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내 욕망이 줄면 그만큼 타인과 만萬 생명과도 하나가 되어 행복해집니다. 중생이 무지한 것은 탐욕이 행복의 길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나에 대한 욕심을 줄여 남을 돕고 배려하고 존중할 때 스며드는 것입니다. _ 177쪽

깨달음은 일체가 자기 아님이 없음을 보는 것입니다. 깨닫기 전에는 너는 절대 내가 될 수 없지만, 깨달은 뒤에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습니다. 한 몸입니다. 이 세상에 누가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일까요? 가족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가 누구인가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남이 바로 자기 자신이며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사람이 깨달은 사람입니다. 가족 가운데 누가 아프면 내가 행복할 수 있습니까? 중생이 불행하면 자신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중도의 깨달음은 사랑입니다. 진정한 사랑입니다. _ 183쪽



출판사 서평

우리 시대의 참 스승, 봉암사 적명 스님

“깨달음은 일체가 자기 아님이 없음을 보는 것이니
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는 사람이 깨달은 자이다” _적명 스님 법문 중에서

지난 2019년 12월 24일, 연말을 맞아 다소 들떠 있던 세상에 봉암사 수좌首座 적명寂明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入寂 소식이 전해졌다. 출가 이후 반백 년 넘는 세월을 토굴과 선방禪房에서 지내며 오직 수행자의 본분에 매진해 온 스님의 입적 소식은 불교계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추모로 이어졌다.
“영원한 수좌”, 스님을 일컫는 대표적인 말이다. 출가 60여 년 동안 선禪 수행에 몰두해 온 스님은 평생 선방 어른을 위한 어떤 대우도 마다하며 ‘수좌’로 남을 것을 고집, 오직 수좌로서의 행行과 후학 지도에 힘을 쏟았다. 언론 인터뷰를 수락한 일도 거의 없었고, 일반 대중을 위한 법석法席에도 잘 앉지 않았다. 물론 남겨 놓은 저서도 없다. ‘중이 중다워지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일밖에 없다고 여긴 스님에게 인터뷰나 법문, 저서를 남기는 일은 수행자의 길과 거리가 멀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님의 공부와 가르침의 흔적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했으면 하는 게 세인世人의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님이 남긴 일기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스님의 일기는 오직 수행과 공부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어떤 사족도 달 수 없을 만큼 간결한 문장은 평소 스님의 인품을 짐작케 한다.
스님의 일기 몇 편과 짧은 법문을 엮은 이 책은 스님의 삶과 수행의 뜻을 조금이나마 간직하고픈 염원이 모여 간행된, 스님의 ‘첫 책’이자 ‘유고집’이다.
1장은 1980년부터 2008년까지 30여 년 간 스님이 남긴 일기 가운데 70편의 글을 엄선하여 엮었다. 끊임없이 번민하며 괴로움을 토로하는 ‘한 인간’의 진솔한 모습과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치열한 ‘수행자’를 만나게 된다. ‘좋은 곳, 좋은 때, 좋은 인연들을 구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스님의 모습은 바로 세인들을 향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2장에서는 선방에서 수행자들에게 종종 하셨던 짧은 법문을 모았다. 일반 대중은 흔히 접할 수 없던 법문으로, 스님의 음성이 옆에서 들리는 듯 생생하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번뇌를 어떻게 다뤄야 하고, 수행은 왜 해야 하며, 욕망은 어떻게 다스려 하는지 등 오랜 수행을 통해 스님이 깨달은 불법佛法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3장에는 1989년 월간 〈해인〉지에 소개된 방송작가 이윤수 씨와 적명 스님 간의 인터뷰, 그리고 지난 2020년 1월 3일 휴심정에 게재된 법인 스님의 추모글을 수록하였다. 적명 스님과의 짧은 인연이지만, 당시의 일화에는 토굴에서 혼자 지내며 정진을 거듭해 가는 소박한 미소의 수행자, 그리고 배움의 길 위에서는 아랫사람에게도 서슴지 않고 물을 수 있는 어른스님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일상과 수행이 다르지 않다
인간 적명과 수행자 적명

이 책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심 내용은 단연 ‘스님의 일기’이다. 일기 속에서 편편이 발견되는 수좌 적명의 진면모는 우리가 기대하거나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데에 있다.

있는 것 어느 하나 / 허상 아님이 있던가?
조그만 들꽃에 팔려 / 벼랑을 구를까 두렵노라.
- 본문 39쪽

일평생 수좌의 길만을 걸어 온 스님의 일기에서 우리는 ‘조그만 들꽃에 팔려’ ‘벼랑을 구를’ 것을 염려하는 누군가를 발견한다. 대중처소로 자리를 옮기며 자신을 바라보는 후학들의 기대에 찬 시선을 두려워하는 자, 끊임없는 변멸 가운데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걱정하는 자를 만나기에 이르면 우리는 색안경을 벗고 진짜 ‘적명 스님’과 마주앉게 된다. ‘세사世事를 초월한 경계’에 선 도인 대신 ‘뇌고惱苦로운’ 현재를 끊임없이 번민하는 ‘인간 적명’이 눈앞에 서리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매일같이 자신의 행동 하나, 생각 하나에도 의지의 칼날을 세우고, 빈틈 하나 허락하지 않는 자기성찰의 문장에 이르게 되면 스님을 왜 ‘진정한 수행자’이자 ‘사표師表’로 여기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 가는 시간이여! / 나를 버리지 말라.
부질없는 티끌 속에 / 나를 던지지 말라. 던지지 말라!
- 본문 131쪽

‘수좌’. 적명 스님을 이토록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더 있을까? 오직 ‘깨달음’을 향한 일에 몰두해 온 스님에게 이것 외의 어떤 수식도,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스님 스스로 적어내려 간 지난 행적을 더듬으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고승高僧 혜홍 각범慧洪覺範의 게송에 대해 스님이 일기에 적은 것처럼 ‘매우 용감하다’고…….

하루 열두 번 참회해도 부족하고 백 번을 새롭게 다짐해도 오히려 모자란다. 수좌의 마음속에 안이함이 자리해서는 안 된다. 이만하면 잘하고 있다는 자긍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수좌의 가슴은 천 개의 칼이요, 만 장의 얼음이어야 한다.
- 본문 127쪽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
세상 만물과 하나 되는 길에 깨달음이 있다

이 책에 담긴 스님의 유고와 법문에는 세간을 꿰뚫는 푸른 눈의 납자衲子도, 천진하고 인자한 미소로 대중을 맞이하던 스승도 있다. 스님의 글은 진정한 깨달음, 진정한 행복의 길이 무엇인지, 우리를 인도하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 그렇다면 스님께서 우리를 위해 남긴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보살의 길’이다. 스님이 법문 때마다 강조한 말이다.

깨달음은 일체가 자기 아님이 없음을 보는 것이니
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는 사람이 깨달은 자이다
_ 적명 스님 법문 중에서

평소 불이不二, 중도中道를 강조하던 스님의 법문에서도 관련된 대목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깨달음의 내용은 사실 자비입니다. (…) 우리 모두가 하나이고, 나와 남이 진정한 사랑의 관계 속에 있음을 보는 것입니다.
_ 본문 158쪽

수행의 최종 목적은 일체 중생과 털끝만큼의 차이도 없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내 욕망이 줄면 그만큼 타인과 만萬 생명과도 하나가 되어 행복해집니다.
- 본문 177쪽

나와 남이 다르지 않으니, 남이 행복해지지 않으면 나 역시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스님이 말하는 ‘보살의 길’이자 ‘깨달음’이다. ‘보살도 결국 자신의 행복을 위해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은 이러한 핵심을 꿰뚫는 가르침이다.
보살의 길은 스님이 지닌 깨달음에 대한 신념이다. 번민의 고통 속에서도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스님의 치열함은 사부대중을 향한 보살심의 발현, 바로 그것이다. 나아가 스님은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며 수행과 공부와 일상의 일이 다르지 않음을 보이고, 어서 빨리 당신도 깨우침에 동참하라며 재촉한다.

나 같은 사람이 공부를 지어 얻고 마음이 열려 해탈을 성취한다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이토록 오래 해도 안 되는 사람, 못 하는 사람, 번뇌와 집착이 많은 사람, 그런 사람이 이루는 일이라면 이 세상 누구라도 해서 안 될 사람 없음이 너무도 충분히 증명된 셈이기 때문이다.
- 본문 125쪽

무심한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흐르는지, 사바와의 인연을 마친 스님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지도 곧 49일(이 책의 출간일인 2020년 2월 10일은 스님의 사십구재가 있는 날이다)째가 된다.
불법을 향한 길 위에서 깨달음을 구하고자 번민 속에 꿋꿋이 전진하던 인간 적명, 깨달음은 곧 나와 우리가 다르지 않음을 철저히 아는 것이라 설법하던 스승 적명, 배움의 길 위에서는 아랫사람에게도 길을 얻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어른 적명. 그런 스님이기에 우리가 이 시대의 참 스승이라 일컬으며 그리워하는 것 아닐까. 비록 사바와의 연을 마쳤으나 스님이 남긴 발자국은 우리가 나아갈 길을 환하게 비출 것이다.

이제는 두 번 다시 기웃거림 없이 오래오래 조용히 또 조용히 정진하고 싶어서인가. 깊이깊이 참구해 들고 싶어서인가. 화상은 그렇게 적멸에 들어 버리고 나는 화상이 버리고 간 일기와 한담들을 뒤적거리면서 남겨진 향기를 음미합니다.
- 무비 스님, 서문 중에서

[적명 스님 행장]
희양산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은 1939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제주 오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철학적 고뇌로 출가할 것을 결심하여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 하셨다. “그러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묘소를 꾸며 드리고 가겠습니다.” 하니, 어머님이 묵묵히 허락하셨다.
선지식을 찾아 뭍으로 나와 나주 다보사 우화雨華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고, 1959년 해인사 자운 율사에게 사미계를, 1966년 해인사 자운 율사에 의해 비구계를 수지하였다. 사형인 진상眞常 스님의 권유로 관음주력에 매진하던 중 어느 날, 삼라만상 극락지옥이 눈앞에 보이듯 뚜렷한 것을 체험하고, 당시 선지식인 범어사 동산 스님, 통도사 경봉 스님 등을 참알하였으나 그분들의 법어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환희심에 들떠 자부에 매몰해 있었기 때문이다.
26세에 토굴에서 우연히 보조국사의 『절요』를 읽다가 “수행을 하려면 반드시 활구참선을 해야 한다.”는 구절을 보고, 마음에 크게 느낀 바 있어 무자화두를 참구하기 시작하였다. 28세에 해인사로 가서, 1967년 해인총림이 개설되고 성철 스님이 방장에 추대되어 선풍이 일기 시작하자, 가행정진한 이래 평생 선방을 떠나지 않았다. 당대 선지식인 전강 스님, 경봉 스님, 구산 스님, 성철 스님, 서옹 스님, 향곡 스님 등 문하에서 법을 묻고 정진하였고, 『능엄경』 변마장의 내용이 낱낱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화두선에 더욱 매진하였다.
해인총림 선원장, 영축총림 선원장, 고불총림 선원장, 수도암 선원장, 은해사 기기암 선원장 등을 역임하고, 전국수좌회 공동대표를 맡았다. 2009년 정월, 구산선문 중 하나이자 봉암사 결사의 전설적 청정도량인 봉암사에 주석, 대중의 추대로 수좌 소임을 맡은 후 입적하는 날까지 대중과 함께 정진, 운력, 공양하는 등 후학에게 수행자의 본분을 보였다.
간화선 선풍을 진작하고자 외호 대중의 도움과 문경시와의 협의 아래 국제선센터 건립을 발원하여 2015년 선원수좌회와 공동으로 문경세계명상마을 건립을 본격 추진하고, 평생 청빈한 삶으로 돌보는 이 없이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수행자를 위하여 수좌복지회를 만들 것을 제의, 성사시켰으며, 봉암사에 원로 수좌를 모시기 위해 원로선원을 건립하였다.
스님은 오로지 본분사에만 매진하고 선방 밖의 일에는 거의 돌아보지 않았으나, 간혹 법을 묻는 이가 찾아오면 다양한 비유와 진솔한 설법으로 대중을 감통케 하되, 중도가 불교의 근본 교의임을 설파하며 화두선이야말로 중도를 바로 체험하고 깨달을 수 있는 가장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설사 화두 타파를 하지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을 활기차게 영위할 수 있는 공능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2018년 종단의 최고 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수하고, 2019년 12월 24일(동짓달 스무여드레)에 입적하니, 세속 나이 81세, 법랍은 60세였다.(글 _ 연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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